예금선 95호: 아이티의 슬픔과 부처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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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선사 작성일10-01-28 14:42 조회8,155회 댓글0건본문
법안 / 주지스님
새해 첫날 템플스테이 대중과 함께 비봉에 올라 해맞이를 했습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서인지 예년보다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산에서 보는 해맞이는 바다에서 느끼는 해맞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바다의 일출은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라 붉은 해일이 일어나는 듯 그 장대함이 우주의 기운을 전율케 하는 느낌을 주지만 산에서 보는 일출은 그 웅장함은 비록 작지만 산봉우리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 촉이 마치 정성으로 기도한 인연의 새싹이 입을 해쭉 밀고 나오는 은은하고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올해는 서녘하늘로 지는 동짓달 보름달과 동시에 떠오르는 일출이기에 자여의 오묘함과 신비로움이 경의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금선사에 머무르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연은 이렇듯 희망과 환희로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지구촌 남쪽 끝자락에서 일어난 아이티의 재난은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塊空)의 원리를 일깨워줍니다. 대자연의 무상에 대한 진리를 봅니다. 자연 앞에서 선 인간은 극미한 자연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자연이 어떻게 인간의 정복 대상일 수 있겠습니까. 현재까지 7만5천명의 사람들이 주검을 맞았으며 크게는 25만명이라는 사망자를 낸 엄청난 대재앙입니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그런 엄청난 재앙을 당한 아이티 일부 사람들의 약탈과 방화 아귀다툼의 현상입니다. 삶의 본능과 무지, 탐욕이 엉켜있는 인간의 군상들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내면을 아이티의 현실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나미, 아이티,쓰촨성의 대재앙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요. 자연은 우리와 둘이 아닌 나의 몸이요 마음이라는 사실, 자연또한 끝없이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자연 앞에 겸손할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려는 인간의 오만과 방종을 생각합니다.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 불안을 안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아이티는 결코 우리들의 삶과 둘일 수 없습니다. 수십시간 만에 구출된 어린아이, 부모와 형제가 다 죽어 아무도 그를 거두어주지 못할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우리들을 바라밀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대자비의 보살이 되라고 합니다. 부처님의 마음으로 아픔을 보듬어 달라고 합니다.
至道無難有嫌揀擇(지도무난 유험간택)
但莫憎愛 通然明白(단막증애 통연명백)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으며 오직 가리고 택함을 싫어할 뿐이다.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환하게 명백해지리라."
중국 선종의 3대조인 승찬조사 신심명의 첫 구절입니다. 승찬조사께서는 출가 전에 대풍질을 앓은 중증 장애인었습니다. 그가 2조 혜가조사를 만나 자신의 악성 장애에 대해 처방을 묻습니다. 2조께서는 그 대풍질이라는 장애를 내놓으라고 하십니다.거기에서 3조는 병에 대한 실체와 본질을 읽고 크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나의 오래된 선입관과 편견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고 하는 애착심을 놓고 보면 실상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여실지견이 드러난다 하셨습니다. 바로 그 마음이 부처님 마음입니다. 경인년 새해를 맞이한 모든 분들의 마음이 부처님 세계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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